[책마을]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떠나요

입력 2022-04-01 18:00   수정 2022-04-02 00:47

“아무 곳이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양가위 감독의 대표작 ‘중경삼림’(1994년)의 마지막 대사다. 이별 후 1년 만에 만난 여자(왕페이)가 던진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남자(양조위)가 내놓은 답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여정에 대한 설렘을 함축한 명대사로 꼽힌다. 양조위처럼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세권이 나왔다.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주성철 지음, 김영사)는 1980년대 전성기를 누린 홍콩영화의 흔적을 짚는다. ‘홍콩영화 팬보이(fanboy·애호가)’를 자처하는 주성철 영화전문기자가 ‘영웅본색’ ‘무간도’ 등에 나온 홍콩 주요 여행지를 영화 장면과 함께 설명한다. 영화 ‘첨밀밀’의 주인공 장만옥과 여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던 침사추이 거리, ‘영웅본색’에서 롱코트를 걸친 주윤발이 지폐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운 황후상 광장 등을 소개한다. 이소룡, 장국영 등 더는 볼 수 없는 배우들의 단골 식당 이야기도 곁들인다.

홍콩 영화를 잘 몰라도 된다. 저자는 홍콩 명소를 대중교통을 활용해 찾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여행 동선도 추천해준다. 영화촬영지가 표시된 ‘MTR지하철 영화 지도’와 ‘지도 앱과 연동되는 QR코드’ 등을 넣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는 “홍콩은 그 자체로 영화 같은 곳”이라고 했다.

《김재열의 서방견문록:뉴욕편》(김재열 지음, 트로이목마)은 미국 뉴욕의 명소를 인문학과 접목했다. 여행작가 김재열이 뉴욕의 카네기홀, 월스트리트, 브로드웨이 등을 누비며 명소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문화·예술 지식을 모았다. 저자는 “평생 한 번의 여행 기회가 있다면 뉴욕을 권하고 싶다”며 “뉴욕은 현대문명의 전시장이자 인류 문화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기존 여행 서적이 좀처럼 다루지 않는 뉴욕의 뒷이야기도 담았다.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금속활자의 역사를 짚는 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배출한 컬럼비아대를 소개하면서 ‘퓰리처상’의 주인공인 조지프 퓰리처의 일대기를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과 얽힌 뉴욕의 명소도 소개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2년 만찬회를 열어 독립을 호소하던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안내한다. 당시 호텔에 내건 태극기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타임스스퀘어를 설명할 때는 한국전쟁 영웅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는 연설 전문을 덧붙인다.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매기 다운스 지음, 강유리 옮김, 메이븐)는 여행이 삶의 태도를 바꿔놓은 여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머니가 평생 그리던 세계 일주를 대신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1년 동안 홀로 17개국 땅을 밟으면서 얻은 통찰을 풀어냈다. 저자는 “어릴 적 어머니는 늘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말을 해줬다”며 “어머니의 조언이 여행의 동반자가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쉽사리 찾아가기 어려운 오지로 향했다. 남미 아마존 정글을 탐험하고 아프리카에서 오지 마을에 들어가 교육봉사를 했다. 이집트에 머물 때 터진 ‘아랍의 봄’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쉽지 않았던 여정 덕분에 인생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우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분투(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정신을 몸소 체험하며 타인에게 손 내미는 법을 배웠다”며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삶의 태도”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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